BULSIK / 영화 철학 토론 #010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다" / "안소니 마라스, 호텔 뭄바이"

in #aaa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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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인도 최고급 호텔을 중심으로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역사, 카페 등이 순식간에 난사하는 총에 공격당하고 수많은 이들이 무방비로 쓰러졌던 사건이 발생했다.이른바 '뭄바이 연쇄테러'다.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 만에 이를 소재로 개봉한 영화 '호텔 뭄바이'는 “범인은 아직도 살아있다”는 말을 띄우며 끝난다.

'라쉬카르 에 타이바 (Lashkar-e-Toiba)' 라는 파키스타의 테러집단이 이 배후로 지목되었다. 그들이 2명씩 5팀을 뭄바이 해상에서 보낸 어린 아이들은 오직 ‘정의’란 명령과 자신들의 믿음 하나로 무려 195명을 살해하고 350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라쉬카르 에 타이바란 '순수의 군대'라는 의미라니 참으로 '순수'란 의미가 무색해진다. 그들의 '순수'란 혼자만의 것이라 '독선'이라고 바꿔불러야 할 것이다.

하기사 '순수'란 말 자체가 원래 독선이란 의미를 지닌다. 혼자가 아닌 곳에서 상대적으로 혼자 깨끗해야 하니 더러운 것들이 없으면 자신은 결코 깨끗할 수 없는 상대적인 의미다. 그래서 자신만이 더 깨끗하다고 주장하거나, 깨끗함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자체가 병이라는 걸 우리는 안다.

거의 같은 시기에 호텔 타지마할 (2018)이란 영화도 제작되었다. 영국의 식민정책의 결과로 인도의 파키스탄과 이슬람과 힌두는 인도라는 나라를 방글라데쉬, 파키스탄, 인도, 그리고 카슈미르 분쟁지역 등 몇 개의 국가로 분리해버렸다. 그리고 이 결과의 책임은 지금 이 전쟁에 참여하는 당사자, 그리고 그 것을 정의라고 주장하는 테러주체들, 그리고 자신의 민족성이 중요하고, 그 상호간에 우위가 존재한다고 믿는 이들, 그리고 이 전쟁에 불을 붙인 영국 등의 서구 열강들, 몇 집단들의 이해와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일 것이다.

한국의 남북대치의 근원에 올라가면 서구열강을 만나고, 다시 그들이 제국주의를 물리쳤음을 자랑하지만, 제국주의를 처음으로 만든 것 또한 그들이며, 또다른 제국주의로 약소국가들의 자유를 빼았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오늘날 빼앗긴 이들사이에서 누군가는 그들을 무조건 증오하고, 누군가는 그들의 힘에 무작정 감사한다. 그 복잡성을 따지는 편 보다는 그저 미워하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이거나 친구라고 믿고 감사하는 편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그 오래된 세월을 이해하기 위해 굳이 따져가며 그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의미도 여유도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불과 10년 전에 일어났던 참사를 연출된 영화를 통해 바라보며 우리들의 증오의 대상이 자신들의 어리석음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는 너무도 젊은 아이들이 아니라 그들의 행위가 끊임없이 옳다고 종용하는 목소리 - 밝혀진 바에 의하면 '라쉬카르 에 타이바' - 의 주체를 향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주체는 여전히 살아있고, '무고한' 가해자와 피해자만 죽는다. 대부분 모든 전쟁은 그렇다. 전범들은 패해도 상관이 없다. 자신은 싸움만 일으키고 승자가 되면 영광을, 패자가 되어도 생존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래서 끊임없이 '그놈 목소리'를 강조한다.

한국이 남북으로 나눠진 사실이나, 인도가 이슬람-힌두러 나눠진 상황은 근본적으로는 별로 다를게 없다. 어느 한 쪽이 더 나빠서 나눠진 것이 아니라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고 소유하려고 했던 과거의 과오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빠져나가버리고, 조금만 생각해보면 원인도, 이유도, 의미도 없는 상태로 전장에 남은 이들끼리 상대를 죽이고 죽임을 당하고 있다. 누구를 죽여서도, 죽임을 당해서도 안된다는 보편적 인간의 합의보다 더 좋은 정의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새삼 발견한다. '믿음과 정의에 기반한 증오'야 말로 가장 큰 오류이다. 세상에 '합리적 증오'란 있을 수 없으며 '죽어 마땅한 사람'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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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고한 피해자만 남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