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SIK / 영화 철학 토론 #011 "신미는 간승이었나" / "조철현, 나랏말싸미(1)"

in #aaa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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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산스끄리뜨어 문자가 한글 창제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글 기사와 관련해서는 정사 혹은 실록에 등장하지 않은 신미대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불교 내에서는 잊혀진 한글 창제에 있어서 큰 조력을 했던 이로 기록하려 하지만, 숭유억불 시대 왕실에서 조선초기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던 파격적인 글자 창제만으로도 감당하기 벅찬 사건에 불교 승려였던 신미의 능력과 활약에 대한 부족한 단편기록들을 갖고 그의 활동이 어디까지였던지 단언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것은 산스끄리뜨 문자가 한글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와는 사실 별개의 이야기다.

신미에 관한 기록이 실록에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투는 현대어로 약간 수정했다.

집현전 수찬(集賢殿修撰) 이영서(李永瑞)와 돈녕부 주부(敦寧府注簿) 강희안(姜希顔) 등을 명하여 성녕 대군(誠寧大君)의 집에서 금(金)을 녹이어 경(經)을 쓰고, 수양(首陽)안평(安平) 두 대군(大君)이 내왕하며 감독하여 수십 일이 넘어서 완성되었는데, ... 소윤(少尹) 정효강(鄭孝康)이 역시 이 회에 참여 하였는데, … 항상 간사한 승려 (奸僧) 신미(信眉)를 칭찬하였다.
“우리 (신미) 스님은 비록 조정에 모시더라도 무슨 부족한 점이 있는가.”
하였다.

[세종실록] 112권, 세종 28년 5월 27일 갑오

세종 28년은 1446년인데 이 기사를 바탕으로 해서 세종이 신미를 인식한 해가 1446년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듯 하다.

수온(守溫)의 형이 출가(出家)하여 중이 되어 이름을 신미(信眉)라고 하였는데, 수양 대군(首陽大君) 이유(李瑈)와 안평 대군(安平大君) 이용(李瑢)이 심히 믿고 좋아하여, 신미(信眉)를 높은 자리에 앉게 하고 무릎꿇어 앞에서 절하여 예절을 다하여 공양하고 수온(守溫)도 또한 부처에게 아첨하여 매양 대군(大君)들을 따라 절에 가서 불경을 열람하며 합장하고 공경하여 읽으니, 사림(士林)에서 모두 웃었다.

[세종실록] 116권, 세종 29년 6월 5일 병인

생원(生員) 유상해(兪尙諧)등이 상소하기를, “신 등이 듣건대, 요망한 중 신미(信眉)가 꾸미고 속이기를 백 가지로 하여 스스로 살아있는 부처(生佛)라 하며, 겉으로 선(善)을 닦는 방법을 하는 체하고 속으로 붙여 사는 꾀를 품어서 인심을 현혹(眩惑)시키고 성인의 가르침(聖學)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이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 요망한 중을 베어 간사하고 요망한 것을 끊으면…

[세종실록] 121권, 세종 30년 7월 26일 경술

일본 사신들이 대장경을 내려달라고 간청하는 장면도 세종실록 23권에 구체적인 기사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신미의 언어들은 세종실록에 기록된 것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세종실록에는 수차례의 신미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지만 특히 다음 때인 문종실록에는 신미의 관직을 박탈하라는 기사가 십수편을 통해 그의 존재가 조정에서 상당한 악평을 받고 있으므로 그의 존재감이 유의미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글의 자형에 있어서 산스끄리뜨 문자와의 관계들을 이야기하겠지만 산스끄리뜨 문자의 영향을 반드시 불교승려였던 신미와 무리하게 연결짓고 싶은 생각은 없다. 따라서 이 문제의 쟁점도 한글에 있어서 신미의 역할이 사실이었나 아니냐와, 인도 고대의 산스끄리뜨 문자가 한글에 영향을 끼쳤는지와의 사실여부는 분명 별개로 다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런점에서 아직 신미의 역할에 대해서는 근거가 많이 부족하고, 또 한글창제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는 점에서 부정적이지만, 반대로 한글에 관한 산스끄리뜨의 영향은 일설로 치부하기엔 의외로 깊은 영향관계에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신미라는 역사적 인물이 한글을 직접 제작했다는데는 결코 동의하지 않으며 또한 한글창제에 대한 얼마나 많은 조력이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물이라고 하더라도 영화는 다큐가 아니라 문학장르이기 때문에 현재 관람객들의 고증에 대한 요구 자체가 너무 민감한 반응이고 사실상 무리이기도 하지만, 굳이 진실여부를 가린다면 우리는 이 영화에서 몇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산스끄리뜨라는 문자가 인도에서 불교와 함께 들어왔기 때문에 신미라는 불교승려가 산스끄리뜨 등 문자들의 전문가로 등장하는 것이다. 산스끄리뜨 문자가 한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과, 그 작업을 신미가 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로, 필자는 산스끄리뜨 문자가 한글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비록 다수설 중 일설이긴하나 무시할 수 있는 설은 아니라고 여긴다. 산스끄리뜨 문자가 한글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은 조선시대 학자인 성현 成俔 (1439—1504) '용재총화慵齋叢話'로 부터 시작된 오래된 학설이다. 하지만 그 산스끄리뜨 전문가로서 그 조언을 신미가 했느냐 하는 것은 알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적당한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몇 차례로 나누어서 리뷰하는데는 신미라는 인물이 한글을 창제한 것이 기정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불교계의 태도와 이 영화는 심각한 왜곡이므로 영화로서조차 가치가 없다는, 극단적인 두 견해의 중재로부터 시작한다. 한글 창제를 두고 왜 끊임없이 이런이야기들이 나오는지 산스끄리뜨 음운이 가지고 있는 한글과의 많은 유사한 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항들이 있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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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네요

흥미로운 주제네요
명상하다보면 산스크리트어가 자주 등장하던데, 더 관심이 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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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처음 들어보는 견해예요. ^^;;

영화는 때론 현실에서의 이슈를 부각시켜주는 역할을 하는것 같습니다. 그러니 진실을 밝혀가는 건 역시 학계의 역할인듯 합니다. 재미있는글 읽고 갑니다.

신미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역사학자들이 또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노력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