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중산층이거든요 (기생충 리뷰)

in #aaa2 years ago (edited)

안녕하십니까? 처음 인사드립니다. '죠이'입니다.
앞으로 이곳이 풍성한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영화 이야기를 종종 해 보려는데, '기생충'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기생충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

회충
초등학교 때, 숙제 중에 정말 힘든 숙제가 채변봉투 숙제였는데, 깜빡 잊고 온 친구들은 담임한테 맞기 싫어서 화장실로 뛰어가 남의 것으로 채워오기도 했고, 비위가 강하지 않은 친구들은 진흙이나 초콜릿을 넣었다가 나중에 검사 결과지에 ‘흙’, ‘초콜릿’ 이렇게 나오면 두 배로 맞았다. 게다가 남의 것 냈다가 회충이 있다고 결과가 나와 반 친구들 앞에서 수치심을 느끼면서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회충약을 삼켰던 친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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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채변 봉투를 건네받는 순간
중3 때, 나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무려 전교 체육부장을 역임했다. 운동장에 석회가루로 선을 반듯하게(그러려면 대범하게 먼 곳을 보고 양 다리를 벌리고 일정한 속도로 직진해야 한다) 그리는 모습이 체육선생님 눈에 띄었다고 한다. 그 당시 양호실은 체육교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니, 체육부장인 나는 반 채변봉투 뿐 아니라 전교생 채변봉투를 모으고 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문제는 같은 반에 미모 탑을 달리는 그녀의 채변봉투도 내 손으로 걷어야 한다는 사실. 화장실도 안 갈 것 같은 그녀의 것을 건네받을 때, 유독 햇살이 교실 안에 가득 들이쳤고, 성경 속지만큼 얇은 채변봉투는 여과 없이 그녀의 것을 내비쳤다.

기생충을 검색하다
영화 스틸 컷을 찾으려 그냥 이미지 검색란에 ‘기생충’ 입력했다가 화면 가득 뜨는 진짜 기생충들 때문에 저녁 못 먹을 뻔 했다. ‘너, 기생충 봤어?’ 라는 질문의 답은 이제는 봉준호 감독 때문에 두 갈래로 갈라지게 되었다. ‘기생충 재밌어?’ 영화도 재밌고, 기생충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재밌다. (T.M.I. 강서구청 근처에 기생충 박물관이 있는데 관람료가 무료다.)

서민으로 기생충을 배웠어요
“기생충은 같이 공존하면서 ‘이만큼만 주면 여기서 잘 살겠다’ 이런 거고, 바이러스는 ‘우리가 널 다 먹겠다’ 이렇게 기본이 안 되어 있는 미개하고 진화상에서도 밑바닥에 있는 애들이죠. 기생충이 정말 착하다는 증거가 오랫동안 약을 먹어왔는데도 전혀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회충약만 해도 벌써 30년 정도 먹어왔어요. 그런데도 회충은 지금도 회충약 한 알에 죽습니다. 이런 애들이 없죠.”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 지승호, 서민

사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기생충은 완전 사악한 존재가 아니다. 실제로 서민 교수에 따르면, 사람의 경우 기생충을 가지고 살면 알레르기가 안 걸리고, 건강에도 더 좋은 면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드는 예. 세종대왕은 회충 몇 백 마리를 가지고 살았을 것이지만, 한글을 창제했다고.

즉, 기생충에 대한 보편적인 ‘편견’이 오히려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되었다. 기생충에 대한 객관적인 본래 사실 보다는 기생충에 대해 이미 퍼져있는 이야기, 떠다니는 불쾌한 이미지가 오히려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생충은 불쾌하고 나쁘다. 라는 전제로 다 함께 영화를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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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원래 생각해두었던, ‘데칼코마니’로 영화 제목을 했더라면 이런 곁가지 이야기들은 하지 못했으리라. 그만큼 제목이 주는 파급은 크다. 어쩌면 데칼코마니가 영화를 더 잘 대변할 수 있는 제목이다. 이 가족과 저 가족이, 그리고 저 가족과 그 가족이 대칭점에 서 있는 모습이 데칼코마니와 같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 메시지는 ‘기생충’의 메시지를 넘지는 못한다.

중간 쯤
객관적 지표로서의 중산층과 개인이 중산층이라고 밝히는 것에는 꽤 차이가 난다. 전화 설문조사원이 물어보면, 부자들도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밝힌다. 완전 부자는 아니니까 중간 정도라고 말하는 것이다. 대부분 부자들이 그게 미덕으로 느껴져서 그럴 것이다. 사실 재벌 총수에게 전화 설문이 들어갈 리 만무하지 않겠나. 반면, 가난한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다. 그러다보니 ‘중산층’이 커버하는 범위는 넓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은 어느 가족에 동일시를 할까. 이 가족에 동일시해도 마음 힘들고, 저 가족을 동경하면서도 거기에 동일시하자니 사회적 책임을 다 감당치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묘한 죄책감이 올라온다. 실제 부자 가족에 동일시 한 관객들은 기분 나빠하며 봉감독의 정치적 입장까지 싸잡아 비판하기도 한다. 블랙리스트에 오를 자격(?)이 되는 듯하다. 자신이 심리적 중산층에 속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영화 속 가난한 가족에 자신을 동일시하면, 그 또한 마음이 쉽지 않다. 난 중산층이라고 말하고 빠져나가고 싶은데, 쉽지 않다.

사분면
1사분면: 부자인데 인성이 그닥 나쁘지 않음 / 2사분면: 부자인데 사악함 / 3사분면: 가난한데 사악함 / 4사분면: 가난한데 인성이 그닥 나쁘지 않음(혹은 착함)
아침드라마에서는 2사분면과 4사분면의 대조를 많이 쓰는데, 봉감독은 1사분면과 4사분면을 쓴다. 부자인데 완전 사악하진 않은 거다. 가난한데 완전 선하지는 않은 거다. 그러다보니 ‘적대감’보다는 ‘이질감’이 주된 감정이 된다.
부자인데 착하기까지 한 것이 아니라, 부자니까 착한 것이라고. 맞다. 어느 정도 느낌 알겠다. 돈은 다리미라고. 맞다. 돈이 펴 줄 수 있는 구김이 분명 존재하니까.
재벌 손녀와 친구인 녀석이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자기 친구인 재벌 손녀가 무척 착하다고.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못된 부자 캐릭터의 모습 하나도 없다고. 단, 그러면서 한 가지 구별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물가’를 모른다는 것. 비행기 티켓 가격, 호텔 숙박 가격, 음식, 옷 가격을 모른단다. 그런데 착하다고. 사실, 착하다기 보다는 조여정 표현대로 라면 ‘심플’한 것이겠지. 원래부터 심플했겠나. 돈이 많다보니 복잡할 일이 잘 생기지 않은 것이리라.

선과 냄새
이선균은 (밑에 사람들이) 선을 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대화를 조심하고, 행동거지를 조심하고, 얼굴 표정 단속을 하면 선을 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냄새는 단속이 안 된다. 아무리 조심하려 해도 통제 되지 않는 것은 사람 그 존재 심연에서 올라오는 냄새다. 그것마저 섬유 유연제에 담가버릴 수 없지 않은가. 가난한 자들에게서도 냄새가 올라오지만 부자들에게서도 냄새가 올라온다. 자꾸 코를 킁킁거리게 된다. 가글을 하고 향수를 뿌려보지만 덮을 수 없는 냄새가 있다.

계획
‘계획은 세울 필요가 없어.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거든’ - 송강호
계획을 세우는 것도 부자들의 특권이다. 물론 부자들이라고 계획을 세운대로 그대로 다 되진 않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까지도 예상하고 움직인다. 가난한 이들도 계획을 왜 안 세웠겠나. 그러나 계획대로 진행되는 일들이 적고,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많이 만나다보면, 차라리 그럴 수 있겠다 싶다. 어려움과 고통이 주어지는 대로 다 받아버리고 느껴버리면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살기 위해 그러는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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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를 놓고 벌이는 사투
영화 속에서는 숙주를 놓고 하위 기생충들이 사투를 벌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실제의 기생충들은 그렇게 싸우지 않는다. 기생충은 생긴 것과는 달리 욕심이 많지 않으니까.

“요즘 사람들이 걱정하는 비만은 기생충에게 있어 다른 세계의 일이다. 자신이 먹을 것만 먹고 젓가락을 놓는 것, 그게 바로 기생충이다.”
-기생충 제국 | 칼 짐머

자신이 먹을 것만 먹고 젓가락 놓는 기생충의 삶이야 말로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가고 이루어가는 삶의 방식 아니겠나. 음식, 돈, 권력. 너무 혼자 많이 먹어버린 숙주의 뱃살은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사회든, 개인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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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리뷰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포스팅 기대할께요^^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새로들어온 뉴비. 그렇지만 기대되는 리뷰 땡큐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환영합니다.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찌 보면 인간이 기생충만 못한가봐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기생충에게서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뉴비님 반가워요~!!
저도 기생충처럼 싸우지 않고 보팅만하고 가겠습니다 ^^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반갑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환영해요 ^^. 즐거운 글쓰기로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길 ^^

감사해용~ ^^

환영합니다 ~~
글이 너무 재밌어요~
앞으로도 자주 글 올려주세요~~
팔로합니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기생수입니다.
다운로드 (3).jpeg

반갑습니다~

글이 너무 멋지고 재밌어요 ㅎㅎ
반갑습니더

반갑습니다~ ^^*

서민교수 글 저도 좋아해요. ㅎㅎㅎㅎㅎ

그리고 기생충은 서로 싸우지 않죠. 사이좋게 공존하다가 숙주를 죽일 뿐. ㅎㅎㅎㅎㅎ

아,,, 맞다!!!
신규가입을 환영합니다.
저는 스팀잇에서 가장 잘생긴 소설가 나하입니다. ^^
(소설은 잘 못 씁니다. ㅎㅎㅎ)

작가님 여기서 그러시면 안... (전 그럼 두번째 잘생긴걸로 ) ㅎㅎㅎ

아핫... 3번째 잘생긴 분 줄 서세요. ^^

반갑고 감사합니다~ ^^*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환영합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

겁나게환영합니다

'겁나게' 감사합니다~!

환영합니다!!! :)

열심히 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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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창제의 지분이 회충에게도 일부분 있던거였군요. ㅎㅎ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

환영합니다. 매우 반갑습니다

환영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글 재밋게 잘 일었어요. ㅋㅋ 채변봉투로 시작하는게 인상깊네요. ㅎㅎㅎㅎ
세종대왕의 한글과 회충? 으잉? ㅋㅋ 하면서 상상이되어 웃었네요. ㅋㅋ

채변봉투에는 추억?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

환영합니다 ㅎㅎ
리뷰를 보니 왜 이제야 오셨나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좋은 리뷰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은 교제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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