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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choonzalast month (edited)


춘자의 입에서는 늘 검은 연기와 잿가루가 뿜어져 나왔다. 춘자의 몸 안에서 무엇인가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춘자는 그 꼴이 영 보기 싫어 한동안 입을 다물고 지냈지만, 몸을 움직여 자리를 옮길 때마다 앉은 자리에 나부끼는 허연 잿가루를 보고 기겁을 하고는 움직이는 일마저도 멈추었다. 춘자는 그대로 누워 길고 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어느 가을날 아침, 춘자는 눈을 떴다. 눈 뜨기 직전까지 꾸었던 꿈에서 그녀는 쫓기고 있었는데, 꿈속에서 쫓기는 동안 느리게 재생되는 화면처럼 스쳐 간 주변의 풍경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리는 중이었다.

춘자는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모래밭을 내달리다가, 파사주와 같은 구조의 어둡고 더러운 빈민굴에 들어섰다. 그 빈민굴을 통과하는 동안 굶주린 사람, 아픈 사람, 빨간 옷을 입은 사람, 구걸하는 사람, 묵언 수행을 하는 사람, 한 가지만 먹는 사람, 벌거벗은 사람, 어마어마하게 배가 나온 사람 등을 보았다. 사람들은 춘자에게 다가와 무언가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춘자는 쫓기고 있었으므로 그저 달릴 수밖에 없었다. 저 멀리 보이는 파사주의 출구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춘자는 있는 힘껏 달렸다. 자신의 뒤를 쫓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춘자는 알지 못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을 때 춘자는 뿅 하고 튀어나왔다. 잠에서 깨어난 춘자는 몸을 일으켜 책상 앞에 앉았다. 누웠던 자리가 먼지 하나 없이 말끔한 것을 보고 춘자는 말했다.

"참 이상한 일이야."

춘자의 입에서는 연기도, 잿가루도 뿜어져 나오지 않았다. 마침내 춘자는 화가 나고 말았다. 세상 모든 것이 뻔하고 지루했다.

춘자는 모두 타버리고 없어진 가슴 속 그 자리에 씩씩거리며 씨앗을 심었다. 물을 주고, 거름을 뿌리고, 싹이 나기를 기다릴 거야. 춘자는 주먹을 꽉 쥐었다. 춘자의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콕콕 박혔다.

2019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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