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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choonza1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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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zen25


춘자입니다.

몇 년 전에 외주 작업으로 'HACCP'에 관한 원고를 쓴 적이 있습니다.

'HACCP'은 '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의 약자이고, 보통 '해썹'이라고 합니다.

'식품의 원재료 생산에서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소가 해당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이라고 네이버 지식백과에 나와 있습니다.

그 원고를 작성할 때 처음으로 이런 게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는 바가 하나도 없으니 이것저것 많이 찾아 읽었습니다.

이후 식당에 가거나 식품을 구매할 때마다 해썹 인증 마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배경은 페이드아웃 되면서 해썹 인증 마크가 두둥실 떠올랐습니다. 굳이 찾고자 한 것도 아닌데 유난스럽게 한동안 그랬습니다. 해썹 인증 마크가 친숙하게 느껴졌고, 그 기분이 꽤 좋았습니다. '해썹' 같은 것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다는 건, 뭐랄까요.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읽거나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듣는 경험과는 다르잖아요. 인터넷 기사에서 기상천외한 해외 토픽을 접하는 것과도 다르고요.

요즘에는 원고를 쓸 때 주어진 소재나 필요한 개념에 대해 100% 이해하려는 노력은 좀처럼 하지 않습니다. 일단 저는 지적 호기심이 풍부한 인간이 아니고, 또 그러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80% 정도 이해한 채로 원고를 쓸 수 있는 기술을 익혔거든요.

편집의 기술에 대해 배운 적이 없지만, 만약 기술 같은 것이 있다면 계속 모르는 채로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식품의 원재료 생산에서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소가 해당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던 그 마음을 간직한 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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