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응모작 – 시] 경순왕의 눈물

in zzanlast month (edited)

경순왕의 눈물

내 고향은 서라벌
나의 백골은 지금도 고향이 그리워
정강이 튼실한 소낙비가 지나갈 때마다
들썩이는 내 백골을 주저앉히며
2000년이 넘는 세월을 타향에 누워 있구나

나의 부음에 머리를 풀고 호곡을 하던
가여운 내 백성들의 혼백도
나를 찾아올 수 없는 외진 골에서
서라벌의 옛 길을 더듬고 있는데

총탄이 비석에 새겨진 내 이름을 뜯어가고
붉은 심장을 꺼내 악보에 페르마타를 그리듯
군사분계선 표지를 세우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망국의 왕,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늘을 뒤집은 포성이 멎은 자리에서
무덤 안에서 울던 내 소원을 거느리고
새소리도 돌아서야하는 군사분계선을 지나
고향길로 접어드는 날

푸른 옷에 갇힌 젊은 꿈들이
옆을 또 그 옆을 살펴야 하는 오늘을 허물고
그대들
앞으로, 앞으로만 가라.

*경순왕의 릉은 경기 연천군 백학면 고랑포리 산18-3 소재하고 있다.
1973년 1월 육군 25사단 관할 중대장이던 여길도 대위는 무덤 주위에서 총탄에 맞은 명문비석을 확인하고는 무릎을 친다. 바로 ‘신라경순왕의 무덤’이었던 것이다. 여대위는 즉각 상부에 보고했고, 이 소식은 경주 김씨 대종회로 통보됐다. 두번씩이나 사라졌던 ‘신라 마지막 임금’이 국가사적(1976년 지정)으로 환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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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멋진 시입니다.
경순왕의 한이 생생하게 전달되네요.

칭찬 받을 만한 작품을 아닙니다.
작년 언제 썻는데
포스팅 거리 궁하면 한 편씩 올립니다. ㅎㅎ

훌륭하세요. 시인의 영감은 감히 넘볼 수 없는 분야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