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헬프 - by 캐스린 스토킷

in #kr-book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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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이 아니라, 가사도우미


이 책은 우리집에 2권이나 있었지만 책을 읽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첫 책은 몇년 전, 이 책이 재미있다는 얘기를 듣고 동네 중고서적 세일을 할 때 하드커버로 샀었다. 그런데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 선뜻 읽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다음 해에, 이번에는 가벼운 페이퍼백이 중고시장에 나왔기에 그걸 냉큼 사버렸다. 이번엔 가볍고 (하드커버에 비해) 비교적 얇으니까 읽을 수 있겠지? 싶었지만.. 책이 얇아진만큼 한 페이지 안에 글자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역시 읽기 힘들었다. 그렇게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결국 코로나 때문에 집에 머무는 이 시기에 책을 읽게 됐다. 집에 있는 책 두권은 놔두고 전자책을 빌려 읽었다는 건 안비밀.

처음 책을 언뜻 봤을 때는 제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help라니? 누가 도움이 필요한가? 위기에 처했나?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번역 자막 장면이 떠올랐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도와주세요~!"를 "도움!"으로 직역한 유명한 짤. 하긴 help가 '도움'이긴 하다. -_-;;


이 책에서의 help는 '가사도우미, 가정부'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 1960년대 초반. 흑인이 노예에서 해방되기는 했으나 아직 사회에는 흑인 차별이 만연해 있었고, 더군다나 이 책의 배경인 남부 미시시피 주는 보다 진보적인 뉴욕 등과는 달리 흑인 테러와 차별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곳이었다. 흑인은 백인들과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었고, 같은 화장실을 쓸 수 없었다. 흑인이 취직을 할 수 있는 곳은 막노동뿐이었고, 여자들은 대개 부유한 백인 집의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바로 그 흑인 가사도우미들의 이야기다.



출처: 교보문고
영어 제목을 그대로 옮겼다. 하긴 그냥 '가사도우미, 가정부'라고 해도 좀 이상했을 것 같긴 하지만. 좀 더 창의적인 제목이었으면 좋았을 걸. 게다가 책 표지 절반 이상이 '영화 포스터 선전'이라니... 최악의 책표지다.


미시시피주 잭슨 마을, 그곳의 가사도우미들에게 무슨 일이?


노예 해방이 되긴 했지만 아직 흑인에 대한 차별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던 1960년대, 그것도 흑인 차별이 가장 무성했던 남부 미시시피 주. 흑인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었고, 어차피 교육을 받는다 해도 취직이 되긴 힘들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채 마치기도 전에 일자리가 생기면 취직을 하곤 했다. 하지만 흑인을 써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힘든 막노동이나 잡일을 해야 했고, 여자들은 가사도우미로 일해야 했다.

어렵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데도 급여는 최저 임금보다 더 낮았으며, 그나마 고용주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예고도 없이 해고되기 일쑤였다. 일을 하다 다쳐도 호소할 곳도 없었고, 백인들에 의해 폭행을 당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흑인들은 흑인 학교에 다녔고, 흑인 지역에 모여 살았으며, 흑인들이 가는 마트에서 물건을 샀고, 아무리 멀어도 흑인 의사가 있는 병원에 갔다. 그리고 또 하나. 흑인 화장실을 썼다.

이 책의 주인공인 스키터는 백인 여성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기자가 되어 글을 쓰고 싶었지만, 이력서를 보냈던 뉴욕의 근사한 잡지사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고향집인 미시시피 잭슨 마을에 내려와서 미래를 고민하던 스키터는 책을 한권 쓰기로 한다. 잘만 하면 책이 출간될 수도 있고, 이 경력을 발판삼아 자신이 원하던 뉴욕 잡지사에 취직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책을 쓴다?

고민하던 그녀의 눈에 띈 것은 자신의 주위에 너무나 잘 녹아 있어서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흑인 가사도우미들이었다. 엄마 대신 어린 자신을 키워줬던 콘스탄틴, 현재 친구의 가사 도우미로 있는 에이블린과 미니. 그 집의 모든 대소사와 비밀을 알고 있고, 육아부터 요리, 빨래와 청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다 처리해주며 누구보다 그 가족과 밀접하지만, 반면 그 집안에 있는 화장실조차 쓰지 못하고, 같은 컵으로 물을 마시지도 못하는 신세.

스키터는 그들을 인터뷰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 두개가 아니다. 이런 위험한 책을 출간해줄 출판사가 있을지, 대학을 갓 졸업한 스키터가 책 한권을 써낼 수 있을지, 주변 사람들 몰래 이 책을 집필할 수 있을지. 그리고 무엇보다, 과연 흑인 가사도우미들이 별로 친하지도 않은 백인 여성작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할지.



출처: Goodreads
산뜻한 노란색 표지. 제목과 표지만으로는 과연 어떤 내용일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조금 우울할 수 있는 책 속 내용과 달리 따뜻한 느낌의 노란 표지가 맘에 들었다. 조금 희망적이랄까.


흑인 영어를 표현하는 부분이 문법도 맞지 않고, 철자도 틀리게 되어 있어서 영어로 읽는 게 힘들 수도 있겠다. 난 책을 읽은 후 오디오북으로도 들었는데, 글로 써있던 흑인 말투를 생생하게 들으니 영화나 드라마를 보듯 더 좋았다.

책은 무척 재미있다. 책이 꽤 긴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책을 재미있게 읽어서 영화도 보고 싶었는데, 영화는 평이 조금 엇갈리는 것 같다. 대체로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영화에 더 후한 점수를 줬다. 책의 감동이 사라질까봐 영화 보는 게 조금 망설여진다.



출처: 다음 영화
엠마 스톤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나를 깨우는 말들



1.

“Ever morning, until you dead in the ground, you gone have to make this decision.”
Constantine was so close, I could see the blackness of her gums.
“You gone have to ask yourself, Am I gone believe what them fools say about me today?” (p. 63)

"매일 아침, 네가 죽는 그날까지, 넌 이 결정을 내려야 해."
콘스탄틴은 내게 너무 가까이 있어서 거무스름한 잇몸까지 보였다.
"너 자신에게 물어봐야 해. 오늘 저 바보들이 나에 대해 지껄이는 말을 믿어야 하나?"

자신을 키워줬던 흑인 보모 콘스탄틴. 어릴 적 자신을 놀리는 말을 듣고 울고 있던 스키터에게 콘스탄틴이 해줬던 말.


2.

“What I mean is, things are fine around here. Why would you want to go stirring up trouble?”
I can tell, in his voice, he sincerely wants an answer from me. But how to explain it? He is a good man, Stuart. As much as I know that what I’ve done is right, I can still understand his confusion and doubt.
“I’m not making trouble, Stuart. The trouble is already here.” (p. 382)

"내 말은, 여긴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거야. 왜 문제를 일으키려고 하니?"
그의 목소리에서, 나는 그가 진심으로 내 대답을 원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스튜어트, 그는 좋은 사람이다. 내가 한 일이 옳은 일이라는 확신만큼이나, 그의 혼란과 의심도 이해가 갔다.
"난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야, 스튜어트. 문제는 이미 여기 있었어."

누리고 사는 백인들, 저임금 막노동에 무시당하는 흑인들. 겉보기엔 평화로워보일지 몰라도 이미 커다란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문제를 일으킨다고 할까? 곧 방영된다는 드라마 "비밀의 숲 2"의 카피처럼, "침묵을 원하는 자, 모두 공범이다."


3.

“Baby Girl,” I say. “I need you to remember everthing I told you. Do you remember what I told you?”
She still crying steady, but the hiccups is gone.
“To wipe my bottom good when I’m done?”
“No, baby, the other. About what you are.”
I look deep into her rich brown eyes and she look into mine. Law, she got old-soul eyes, like she done lived a thousand years. And I swear I see, down inside, the woman she gone grow up to be. A flash from the future. She is tall and straight. She is proud. She got a better haircut. And she is remembering the words I put in her head. Remembering as a full-grown woman. And then she say it, just like I need her to.
“You is kind,” she say, “you is smart. You is important.”
“Oh Law.” I hug her hot little body to me. I feel like she done just given me a gift.
“Thank you, Baby Girl.”
“You’re welcome,” she say, like I taught her to. (p. 443)

"아가야." 나는 말한다.
"내가 말했던 거 다 기억해야 해. 내가 말해줬던 거 기억나니?"
그애는 여전히 울고 있지만, 딸국질은 멈춘다.
"응가 다하면 엉덩이 닦으라는 거요?"
"아니, 다른 거. 너 자신에 대한 거 말이야."
나는 마치 천년은 살아온 것 같은 아가의 짙은 갈색 눈동자를 들여다 본다. 그리고 이건 정말인데, 그 안에서 어른이 되어 있을 이 아이를 본다. 슬쩍 엿본 미래. 이 아이는 키도 크고 똑바르다. 자존감이 크다. 머리도 더 예쁘다. 그리고 내가 해줬던 말들을 기억하고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는 아가가 내가 꼭 듣고 싶었던 말을 한다.
"넌 괜찮아." 아가가 말한다. "넌 똑똑해. 넌 중요해."
"오, 세상에." 나는 그 작고 뜨거운 몸을 꼭 안는다. 아가가 방금 나에게 선물을 준 것 같은 느낌이다.
"고맙다, 아가야."
"별말씀을요." 아가가 내가 가르쳤던 대로 대답한다.

친엄마에게 늘 못생겼다고, 잘 못한다고 은근히 구박받는 4살 꼬마 아이. 그녀를 돌보는 흑인 보모 에이블린은 늘 아이에게 자신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지, 얼마나 똑똑한지, 얼마나 소중한지 가르쳐준다.


제목: 헬프
원서 제목: The Help
저자: 캐스린 스토킷 (Kathryn Stockett)
특이사항: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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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로 사놓고 몇 페이지를 못 넘겼던... 저한테는 그책입니다. ^^;

흑인들 말투가 스펠링도 다르고 문법도 틀려서, 거기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무척 어려워요. 저도 같은 이유로 흑인들 영어가 나오는 책은 못 읽은 것들이 몇몇 있어요.

Why would you want to go stirring up trouble?

아무것도 하지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인상적인 구문들이 많군요. 책 소개 감사합니다. 영화로라도 한번 봐야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 구문이 많았던 좋은 책이에요.
항상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이 영화 꼭 봐야겠네요 즐거운 하루되세요

시간 되시면 영화 본 후에 책도 꼭 읽어보세요. 책이 훨씬 좋다는 평이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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