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전기 없이는 못살아

in #kr-daily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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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성 폭풍우가 휩쓸고 간


내가 사는 곳에는 지난 주 열대성 폭풍우가 몰아쳤다. 바람이 셀 거라는 예보도 있었고, 바람에 날리지 않게 밖에 놔둔 물건들 잘 정리하라는 경고도 있었지만 사실 별거 아니겠거니 했다. 전에도 이런 적이 몇 번 있었기에, 그때처럼 그냥 지나갈 줄 알았다.

월요일 밤부터 천둥 번개가 시작됐다. 빗줄기도 꽤 굵었다. 하지만 화요일 아침이 되자 반짝 해가 났고, 이대로 폭풍우도 다 지나간 줄 알았다. 그러더니 점심 즈음, 갑자기 정전이 됐다. 밖에는 비가 퍼부었고, 세찬 바람에 얇은 나뭇가지들은 후두둑 꺾여 날라다녔다. 폭풍우로 인해 나무가 뽑히거나 꺾이고, 전깃줄이 끊어져서 곳곳에 수십만 가구가 정전돼버렸다.

화요일 낮에 끊겼던 전기는 다행히 수요일 오후에 들어왔다. 5일 이상 걸릴 거라던 예상과는 달리 일찍 들어온 셈. 하지만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곳이 꽤된다고 한다.


아, 냉장고


전기가 끊긴 건 만 하루가 좀 넘는 시간이었지만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가장 먼저 걱정됐던 건 바로 냉장고. 다행히도(?) 냉장실은 어느 정도 비어 있었지만 냉동실에 음식 재료들이 꽉 차 있었기 때문에 그게 다 녹을까 걱정이 됐다. 일단 상하기 쉬운 음식들이나 냉장실에 있던 것부터 꺼내서 먹기 시작했다.

가급적 냉기를 가두기 위해 냉장고 문 여는 걸 자제하고 있었지만, 우유나 계란이 상할까 걱정되기도 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음식을 어떻게 저장하고 먹었을까? 새삼 냉장고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깨닫게 됐다.


인터넷이 안 된다고???


음식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불편한 건 바로 인터넷 아니었을까. 전기가 끊겨버리니 인터넷도 끊겼다. 뉴스나 드라마 시청 등을 모두 인터넷으로 하니, 전기가 나가자 모든 것이 다 단절돼버렸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생활해도 큰 불편함을 못 느꼈던 건 그나마 인터넷이 있었기 때문인데. 인터넷이 없이 집에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서 핸드폰은 뉴스를 검색할 때만 잠깐씩 보고 도로 덮어놨다. 인터넷이 없었을 땐 뭐하고 시간을 보냈었지? (아, 그땐 TV를 줄창 봤던 것 같기도 하다.)


더워~ 더워~


정전이 가져다준 또 하나의 괴로움은 더위였다. 예전에도 전기가 며칠씩 나간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늦가을이나 겨울이었다. 추워서 두꺼운 오리털 잠바를 입고 자기도 했었으니. 그런데 여름에 전기가 나가니 이것도 참 고역이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틀 수가 없으니 말이다.

아쉬운 대로 전기가 들어오는 시니어 센터에서 전기 충전할 곳과 시원한 물을 제공한다는 이메일이 오기는 했다. 물론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져 있고.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였다. 코로나로 인해서 실내에 25명 이상 모일 수 없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려면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거였다. 괜히 땡볕에 갔다가 헛수고만 하고 돌아올 수도 있었다.

그저 녹고 있는 냉동실 속 얼음을 꺼내다 먹고,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는 걸로 더위를 식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단수가 되지 않고 물이 나오는 게 어디더냐.

화요일 오후, 전기가 들어오자마자 얏호! 소리 지르면서 에어컨부터 틀었다. 전기 없이는 못살지, 못살아.

이 무더위에도 전기 복구에 힘써준 모든 분들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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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넘게 정전이요? 헐~~~~
요즘 세상에 전기없이 할수 있는게 없다는!! 그쵸? ㅎㅎ

맞아요. 전기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어요. ㅎㅎㅎ

와 미국에는 땅이 워낙 넓어서 그런지

정전 같은게 일어나긴 하나보네요

우리나라는 진짜 저 어렸을 때 아주 가끔 정전 일어나고 그 뒤로는 정전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

물론 자연재해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좀 놀랍군요

제가 미국 산지 14년째인데, 세번째 정전이에요.
그중 제일은 2012년 샌디 허리케인 왔을 때 9일동안 정전됐었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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