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못쓴] 요르단에서 쓴 편지(1)

in #kr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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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요르단 수도 암만에 와 있습니다. 암만에서 보내는 이틀째 밤이에요. 쓰고 싶은 글,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요. 우리 신문보다 먼저 스팀잇에 그것들을 풀어놓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이겠지요.

지면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또한 형식에 묶여 있으므로 아마 제가 쓰고 싶은 것들을 제가 쓰고 싶은 식으로 다 쓸 수는 없을 거예요. 귀국해서 기사를 쓰고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전해 드릴게요. 그날이 빨리 오기를.

아, 입이 근질근질해요. 이른바 기사의 ‘야마’와는 상관이 없어서 지금 써도 상도덕에 어긋나지 않을 만한 것들을 말해야겠어요.



역시 먹는 얘기부터 할까 봐요. 요르단인들은 양고기를 많이 드신대요. 아랍국 전반적으로 그렇다고 합니다. 아주 맛있어요. 제 입에는 잘 맞습니다. 누린내가 안 나는 건 아녜요. 딱 좋은 정도랄까요. 덜하면 양고기 먹는 기분이 안 나 서운할 것 같고, 더하면 역해서 못 먹을 그 중간 어디쯤의 향이 나요. 기름지지도, 너무 푸석하지도 않았습니다.

아랍식 빵과 훔무스에 완전히 반해버렸어요. 난과 비슷한 빵, 영어권에서는 이것을 피타 브레드라고 하는 모양이지요? 현지어로 뭐라고 한다고 들었는데 잊어버렸습니다. 끼니마다 나옵니다. 우리로 치면 밥쯤 되나 봐요. 훔무스는 병아리콩을 으깨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식감이 부드러워요. 고소하고 짭조름합니다. 이걸 아랍식 빵에 발라먹어요. 귀국하면 3~4㎏는 쪄 있겠군요.

터키쉬 커피가 일반적입니다. 물과 커피 가루를 같이 끓인 거예요. 설탕도 조금 넣습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커피와는 전혀 달라요. 점도가 높아요. 거의 수프 수준입니다. 묘한 풀냄새가 납니다. 마시면 커피가루가 씹히죠. 설탕 덕분에 뒷맛은 달짝지근합니다. 저는 역시 맛있게 먹었는데, 일행 대부분은 안 좋아하셨어요. 제가 이쪽 스타일인가...



요르단은 운전 무법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은 양반이에요. 여기는 신호등이 거의 없습니다. 횡단보도도 거의 없고요. 그냥 가는 겁니다, 차도 사람도.

깜빡이, 그게 뭐죠? 그냥 막 끼어들어요. 정속주행, 그건 또 뭐죠? 비가 쏟아졌지는데 제가 탄 승합차는 속도를 줄일 줄을 모릅니다. 어디 이 차뿐이었겠습니까. 모두 달려라, 달려.

차선이 보이지 않아요. 드문드문 희미한 점선이 그려진 것을 보면 애초에 차선을 안 그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워지면 이것을 다시 그릴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닌지, 미루어 짐작만 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요르단은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석유 부국이 아녜요. 이 땅에서는 석유가 나지 않습니다. 국고가 넉넉하지 않아요.

그래서인가요. 교통사고 사망률이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지요. 통계에 따르면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몇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거예요.

아, 현대차가 정말로 많습니다. 기아차도 심심치 않게 보여요. 서울인 줄. 이역만리 도로를 장악한 국산차를 보면서 국뽕에 취하고 만 것이었습니다. 농담처럼 썼지만, 정말로 괜히 뿌듯했어요.


사람


사람, 결국 다 사람이죠.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은 좀 퉁명스럽습니다. 당황스러울 정도예요. 여기 올 때 에미레이트 항공기를 타고 왔어요. 에미레이트 항공 소속 승무원들도 상당히 무뚝뚝했어요. 그런 걸 보면 아랍 문화권 서비스업 마인드가 우리와는 전반적으로 다른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요. 지인이 소개해준 요르단인은 또 어쩜 그리 친절하던지요. 씩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허, 참. 눈이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남자도, 여자도. 꼭 속눈썹을 붙인 것 같아요. 반달을 뒤집어놓은 것 같은 곡선을 그리면서 하늘로 향해있어요. 마주 보고 얘기하다가 자꾸 그 속눈썹에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어요. 눈썹도 꼭 그린 것처럼 짙죠. 눈동자의 색은 검정, 갈색, 회색으로 제각각이었어요. 서양인처럼 파랗거나 녹색을 띠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이곳에서 만난 그와, 저는 굳게 악수하였고, 또 언젠가 어디에선가 다시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짧은 영어로 더듬더듬 말하였습니다. 그는 제게 세계에서는 전쟁과 싸움이 끊이지 않으므로 언젠가 어디에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쓰게 웃으며 제게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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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은 석유가 안나는군요 .
저도 양고기 좋아하는데~ 현지에서 먹는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근데 술 관련 이야기가 없어요~ 이슬람이라서 술이 없나요 ??

터키서 먹어본 그동네 술은 "웩"이었어요 ㅎㅎㅎ

술 이야기는 다음 이 시간에 ㅋㅋㅋ
양고기 너-무 맛있었습니다. 한국서 먹는 것과는 또 달라요. ㅎㅎ

afinesword님 기자신걸 이번에 처음에 알았네요. 하핫;

요르단하면 그만 미생이 생각나버려요. 저는 요르단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죠. ㅎㅎ
병아리 콩을 으깬 홈무스 저는 병아리콩을 좋아하니 듣기만 해도 아주 맛나 보여요. 그리고 터키쉬 커피도 먹어보고 싶어요. 왠지 쿠바 커피를 만드는 법과 비슷한 것 같거든요.
운전무법지대 우리나라 사람들이 운전을 험하게 한다쳐도 요르단 만큼은 아니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너무 과도하게 친절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냥 적당히 친절해도 되지 않을까.
외모로 순위를 매기는 건 아니지만 아랍 아이들의 눈동자는 정말 예쁘죠. 속눈썹이 어찌나 길고 풍성한지.
너무 흥분해버렸네요-
우린 또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르니 서로 사랑하고 친절해야죠. 요르단 이야기 더 듣고 싶어요.

아아 자세히 설명드릴 순 없지만 실은 요르단은 정말 어마어마한 나라였던 것임니다.

홈무스 한국에서도 파는 곳이 있더라고요. 제 기억에 여기보다는 좀 닝닝하고 비쌌던 것 같기는 하지만.

저도 쿠바 커피 마셔보고 싶어요. 쿠바, 언제쯤 가볼 수 있을까요.

커피 얘기가 나온 김에, 우리나라 운전이 그냥 커피라면 여기는 티오피...

그냥 적당히 친절해도 되지 않을까.

처음에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종사자들은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은 거기에 예의를 갖춰 고마워하면 좋지 않을는지.

여기 아기들 정말 예뻐요. 너무너무. 너무 예뻐서 더 서글퍼져요. 자세한 건 나중에...

악수한 분과 다시 만나고 싶으면서도 다시 만날 일이 없기를. 각자 원하는 곳에서 모두 평안하시기를.

이스라엘에 갔을 때 안식일(금저녁-토저녁)을 함 경험해볼 수 있다면. 그날은 정말 모든 게 쉬지. 엘리베이터까지도.

앗 아아... 안식일 끼어 있습니다. 오 주여...

터키에서 먹어본 커피는 그냥 프림커피 맛이었는데 아터키쉬 커피가 아닌었나보네요 ^^

운전은 제 현대차 가지고 가면 딱 욜단 스퇄되겠네요^^

깜빡이, 그게 뭐죠? 정속주행, 그건 또 뭐죠? 달려라, 달려.

아아 터키에서 터키쉬 커피를 안 드시고 다방커피 드신 것 아니시옵니까ㅋㅋ

욜단 스탈이시라니 크으. 저는 여기서 운전할 엄두가 안 납니다요

상도덕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체질에 맞는 맛나는거 많이 드시고(살은 운동하면 되니) 교통사고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늘 저녁엔 중식당에 간다고 합니다?!

드디어 가셨군요! 요르단엔 안가봤지만 쓰신 대부분이 낯설지 않아요. 비오면 빨리 달리는 것도요..

아아 이것이 중동으 문화였던 것입니꽈 ㅋㅋ

먼나라, 잘 갈 수없는 동네에 가셨네요. 제대로 된 정보좀 공개해 주세요 ㅋㅋ

후딱 기사 털고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음식으로 보자면 암만해도 암만 타입이시지만,
운전이 그리 험하다니 암만 생각해도 역시 서울 타입인 걸로!

으아니 누님 이렇게 아재개그를 때리시면...

너무 좋은 것 ㅋㅋㅋ 취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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