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평범한 아줌마의 견해

in #kr2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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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ROTC 복장을 입은 선배가 그렇게 멋있을 수 없었다. 대학을 들어갈 때까지도 ROTC가 뭔지도 몰랐던 나지만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007가방을 든채로 군기가 바짝든 모습으로 활주로를 누비는 선배들의 모습은 동경의 대상이아닐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고3시절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파일럿 드라마를 보고 대학교를 택했던 나였으니 당시 공군 유일의 ROTC 선배들의 모습이 어찌 멋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1학년 새내기로 입학했을 때 동아리 선배중에 전투기 조종사를 꿈꾸며 운항학과에 입학했고 수순대로 2년차 ROTC가 된 선배가 있었다. 누가 봐도 훨칠하게 잘생긴데다 멋이 있었고, 딱 봐도 군인 스타일이었다. 그 선배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전투기 조종사였고 끝까지 군에 남을 거라고 했다. 그 선배는 충분히 그럴거라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선배한테 풍겨나오는 카리스마와 포스는 군인이 되기에 충분했으니까.

그런데 한 10년쯤 지났나. 그 선배가 군에서 나와 민항기로 갔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선배는 그 사이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10년 의무복무를 마치자 마자 군에서 나왔다는 소식은 내게 과히 충격적이었다. 전투기 조종사의 꿈을 이루어 온 선배의 모습은 내게 선망의 대상이었고, 그 꿈을 얘기하는 선배의 각오가 너무나 비장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배는 오래오래 군에 있을거라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나중에 다른 선배들한테 들은 얘기는 이렇다. 공군기지가 있는 곳은 성남, 진주, 오산 등등 인데, 매년 관사지역에서 군인가족들을 대상으로 민간항공사에서 비행기 기장 유치를 위한 홍보를 한다는 것이다. 남편들이 출근하고 비행이라도 있는 날이면 아내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설겆이도 안한다는 설도 있다더라. 혹시 설겆이하다 접시라도 깨트리면 불안한 마음에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있느니 차라리 안하고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있는 것이 낫다는 거다. 그런 가족들에게 민항기 회사에서 홍보하는 복지혜택과 연봉 등은 차마 거역할 수 없는 신의 가호가 되어 버린다고 한다. 이제 군에 더 남아 있고 싶은 남편의 의사가 별로 중요해 지지 않는다. 아이의 미래가 중요하고, 가족의 풍요로운 문화혜택이 중요해 지기 때문이다. 이미 민항기로 떠난 선배들의 조언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골에 의사가 없는 이유도 뭐 별반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혼자몸일 때는 시골이든, 소도시든 의료봉사하는 셈 치고 가 있을 수 있지만 처자식이나 남편이 생기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제 나혼자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골에서 10년정도 열심히 근무하다 처자식이 생겼다고 서울로 가기도 어려우니 처음부터 죽어라 서울병원에서 버티고 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단순히 의사의 처우가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의협에서 말하는대로 지방병원의 진료 수가를 올려주고, 정부예산을 투자해 공공병원을 지원한다고 지방으로 의사들이 찾아가게 만드는 유인요소가 될지 의문이다.

내 가족의 문화혜택 그리고 자식들의 교육문제까지 다 달려있으니 월급 조금 적게 받아도, 더 고생스럽다해도 나같아도 서울에 있는병원에 어떻게든 정착하고 싶어할 것 같다. 게다가 대다수의 의사들이 서울 등 수도권 출신이니 연고지 가까운 병원을 찾는것이 당연할 수 밖에.. 거기에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 이름 박힌 명함 한장이면 성공의 척도가 되기도 하는데 정부가 지방 공공병원을 지원한다고 될일이 아닌듯 하다.

서울과 시골의 교육, 문화, 복지 혜택이 평준화되지 않는다면 시골의사 부족 문제는 앞으로 고질적으로 계속 문제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서울과 시골의 이런 격차가 커지면 커졌지 평준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이번 정부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보완을 해서라도 시골에서 더 일할 수 있는 의사를 선발해야 하지 않을까?

정부가 이런 비상 상황에 이 카드를 던졌어야 했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도 yes라고 말할 것 같다. 이렇게 던지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추진은 절대 불가했을 테니 정부 입장에서는 초강수를 둘 수 있는 최적기였을 테지만 어쨌든 잘못도 없이 죽어가는 생명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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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한번쯤을 파일럿을 꿈꾸던 시기가 있었을겁니다!! ㅎㅎ

월급 조금 적게 받아도, 더 고생스럽다해도 나같아도 서울에 있는병원에 어떻게든 정착하고 싶어할 것 같다

의사들의 월급은 우리나라 최상위권일텐데...
금전적인 문제로 해결될 일은 아닌듯 합니다.
그렇다고 서울처럼, 문화혜택, 교육혜택을 볼수 있도록 지방도시를 만들수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죠!!
단지 그들만의 이권을 생각하는 행동으로 밖엔 안보입니다.
저도 정부의 입장에 찬성합니다.
결국 여기서 포기한다면 다음 시도때는 더 큰 저항에 부딪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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