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History: 신뢰의 문제에 도전하는 블록체인

in #kr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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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史

신뢰의 문제에 도전하는 블록체인



안녕하세요! KEEP!T입니다.
오늘은 블록체인사 3편으로 인사드립니다. 이번 편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화폐의 가치가 어떻게 하락하는지를 역사적 사례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역사적으로 명멸한 수많은 화폐들이 결국 신뢰를 잃었기에 사라진 거라면, 블록체인 암호화폐는 이 신뢰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함께 공부하고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1. 로마로부터 짐바브웨에 이르기까지


79,600,000,000%

796억 퍼센트. 어떤 숫자인지 감이 오시나요?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된 숫자일까요? 언뜻 보았을 때는 마치 천문학적인 단위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힌트는 바로 소제목에 있습니다.

사실 이 숫자는 2008년 중순부터 11월까지 짐바브웨 달러의 인플레이션율을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인플레이션: 통화량이 팽창하여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계속적으로 올라 일반 대중의 실질적 소득이 감소하는 현상. 아주 단순화된 예를 들자면, 오늘은 달걀 하나 당 1000억 짐바브웨 달러인데, 시장에 유통되는 화폐를 두 배로 늘리면, 내일 달걀 가격은 2000억 짐바브웨 달러가 된다. 상품은 그대로인데, 화폐 공급량은 두 배 늘었기 때문이다.

짐바브웨 달러와 계란 3개.jpeg
https://namu.wiki/w/%EC%A7%90%EB%B0%94%EB%B8%8C%EC%9B%A8%20%EB%8B%AC%EB%9F%AC
이 당시 1000억 짐바브웨 달러로 달걀 세 개를 겨우 사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며칠 뒤 이 지폐로는 달걀 하나도 못 사게 됩니다.

그후 짐바브웨 달러는 2015년 10월 1일 공식적으로 폐지되고, 최종 공식 환율은 $35,000,000,000,000,000/USD, 달러당 3경 5천조 짐바브웨 달러를 기록합니다. 무분별하게 화폐를 찍어내면 화폐 가치가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는 아주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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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달러의 최고액권 100조 짐바브웨 달러.

짐바브웨 달러의 경우, 화폐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는 무능한 통치자가 화폐를 마구 찍어내 불러온 재앙입니다. 허나 이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보았을 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해왔습니다. 그래서 통화주의자로 유명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이런 말을 남겼죠.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

로마 제국의 멸망에도 인플레이션이 지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로마 제국의 경우, 은화와 금화에 들어가는 은, 금의 함량을 줄이고 비금속의 함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화폐 주조의 비용을 줄였습니다. 서기 54년 네로 황제 시기부터 2세기에 걸쳐 은화와 금화에서 비금속의 함량을 높이기 시작했는데, 서기 268년에 이르면 은의 비중은 0.02%까지 떨어집니다. 이로 인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짐으로써 물가가 폭등하는 것은 물론, 진짜 금화는 시중에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유명한 그레샴의 법칙은 여기서 등장합니다. 결국, 수 세기 동안 지속된 인플레이션이 로마 경제를 망가뜨린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화폐의 역사 칼럼 KEEP!T History:주조화폐의 등장을 통해 보는 화폐의 특성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KEEP!T History: 흥선대원군과 암호화폐 이야기(1)-당백전과 청전이야기도 꽤나 흥미로운 역사적 사례입니다.

역사는 매번 반복됩니다. 로마의 은화로부터 흥선대원군의 당백전, 짐바브웨 달러에 이르기까지 지배층은 손쉽게 재정을 늘리기 위해 화폐를 찍어왔고, 그 결말은 그리 달콤하지 않았습니다. 지배층이 경제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통화 팽창에 손 대는 이유는, 경제의 근간을 바꾸기엔 너무나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기에 손 쉬운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일 테지요. 그러나 화폐의 생명은 신뢰에 달려 있기에, 이는 제 발등에 도끼를 찍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2. 양적완화


“미국 정부는 이른바 인쇄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무비용으로 달러를 원하는 만큼 찍어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폐 제도 아래에서 단호한 정부라면 항상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고, 이로부터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벤 버냉키-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은 세 번의 양적완화를 시행합니다. 첫 번째 양적완화는 2008년 1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1조 7000억 달러를, 두 번째는 2010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6000억 달러를, 세 번째는 2012년 9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850억 달러를 투입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책이었다지만, 사실상 인위적으로 돈을 찍어 거품이 잔뜩 낀 부실 채권 및 자산을 매입해준 것에 불과합니다.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화폐를 발행한 후, 그 화폐로 국채나 민간이 가지고 있는 일정 신용등급 이상의 채권을 매입하여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 사실상 없는 돈을 창조해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기에 화폐 찍어내기와 같다.

당시 양적완화를 시행했던 벤 버냉키 의장 이전에도 미국은 여러 번 달러 찍기 신공을 보여줬습니다. 전임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도 1987년 주가 대폭락 사건(블랙 먼데이) 때, 그리고 1994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 때 달러를 찍어냈습니다. 참 손쉬운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한 것이지요. 그러나 그러는 사이 미국의 부채는 계속 증가해 현재 21조 달러에 이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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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mk.co.kr/newsReadPrint.php?year=2010&no=562471

전통적인 안정자산인 금과 비교해보아도 달러의 가치 하락 추세는 뚜렷합니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 중지를 선언한 이후 금 1온스의 가치는 35달러에서 현재 약 1200달러로 상승합니다. 이 사이 달러의 가치는 금 대비 34배 하락합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금과 비트코인도 한 번 비교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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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arketrealist.com/2017/12/gold-versus-bitcoin-investors-need-know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7600달러로, 금과 비교해도 6배 이상 가치가 높습니다. 앞으로도 비트코인이 금보다 높은 가치를 유지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달러보다 가치가 하락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비트코인은 금과 같이 발행량(채굴량)이 한정되어 있어 달러처럼 무한정 찍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3. 의자 빼앗기 게임

의자 빼앗기란 게임이 있습니다. 한정된 의자를 놓고 선착순으로 먼저 달려가 앉는 게임이죠. 이 게임에선 늦게 들어오는 사람이 패자가 됩니다. 그리고 게임이 진행될수록 그 패자의 수는 점점 늘어가고 한정된 소수만이 살아남습니다. 현실 세계의 경제도 이와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시간이 갈수록 패자가 점점 늘어나는 구조가 그렇습니다. 게다가 게임과는 달리 현실은 불공정해서 한 번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죽어도 비켜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위에서 쭉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는데, 인플레이션은 사실 월급쟁이(근로소득자)에게 항상 불리한 게임입니다. 월급쟁이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한정되어 있지만, 돈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10년 전 짜장면 가격과 오늘날 짜장면 가격을 비교하면, 같은 돈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 즉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짐바브웨 달러로 예를 들자면, 마치 어제 100조 짐바브웨 달러로 달걀 하나를 살 수 있었는데, 오늘은 못사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를 저축에서 나오는 이자로 커버할 수 있었는데,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어림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돈을 찍어내는 시대에는 물가상승률이 항상 금리를 상회하기 때문이죠.

다행히도 FRB(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수뇌부는 짐바브웨 전 대통령만큼 멍청하지는 않아서 테이퍼링을 실시함으로써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고는 있습니다. 허나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하듯이, 다시 한 번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또 한번 양적완화와 같은 임시 방편으로 경제를 부양할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통화 팽창 정책으로 인해 미국은 이미 천문학적인 국가 부채를 떠안게 되었고, 달러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테이퍼링(tapering): 정부가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취했던 양적 완화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매입했던 채권 규모를 축소하고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정책이다.

앞서 언급하였듯, 화폐의 생명은 신뢰에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 암호화폐를 신뢰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테지만, 그 중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암호화폐는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발행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찍어낼 수 없다는 점일 것입니다. 물론 암호화폐에도 많은 기술적 한계가 있고, 앞으로 실생활에 널리 적용된다면 더 많은 문제들이 노출될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상 많은 화폐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신뢰를 잃었는데, 이 신뢰의 문제를 분산원장기술로 보완한 화폐가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가 긍정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에게 또다른 상상력을 더해주는 대안이 더 주어졌다는 사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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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짐 로저스 지음, 이건 옮김, "세계경제의 메가트렌드에 주목하라", 이레미디어, 2014
나무위키, 짐바브웨 달러, https://namu.wiki/w/%EC%A7%90%EB%B0%94%EB%B8%8C%EC%9B%A8%20%EB%8B%AC%EB%9F%AC
Wikipedia, Hyperinflation in Zimbabwe, https://en.wikipedia.org/wiki/Hyperinflation_in_Zimbabwe#Inflation_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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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좋은 공부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jisoooh0202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