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과 웃음

in #kr25 days ago

무엇인지 모르는 것에 대해 근거 없이 접근하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고 나면 해몽을 찾고 그걸로 생계로 이어가는 사람도 무수히 많을 수 있는 이유는, 그 미지의 꿈이 주는 호기심이 그만큼 강렬하기 때문이다.

나도 꿈을 해석하고자 하는 욕구를 느낀다. 그 꿈이 터무니 없을 때도 많지만, 분명 평소 느끼는 무언가를 형상화 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아버님은 내 꿈 속에서 항상 나를 해친다. 나는 반항도 하지 않는다. 평소에 아버님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곤 하는데 아버님이 나를 원망하셔도 억울하지 않다는 감정의 표현일지 모른다. 침대에 피를 쏟고 죽어있는 꿈은 쉽다. 10년 넘게 잠잠하긴 했어도, 나에게는 완치될 수 없는 지병이 있고 내가 관리가 부족하거나 부주의한 순간에 취약할 수 있다는 걸 항상 상기하기 때문이다. 안경이 구겨져 있는 꿈도 자주 꾼다. 심한 근시에 양 눈의 시력이 크게 달라서 안경 없이는 바로 앞에 있는 사물의 외곽조차도 제대로 볼 수 없는 나에게 안경이 없는 세상은 끔찍하다. 심지어 자다가 안경을 망가뜨린 경험도 있으니 비슷한 꿈을 꾸는 게 특이하진 않다.

내 해석은 이렇다. 꿈에 등장하는 요소들을 깊은 상징으로 해석하지 않고, 가까운 무엇과 연관 짓는다. 인간이 일어나서 기억하는 꿈은 깊은 잠 속에서 일어나는 무의식 작용이 아니라, 선잠 혹은 잠을 깨기 직전에 의식이 개입해서 왜곡된 환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제 꾼 꿈은 훨씬 복잡했다. 내 사지 중 왼 다리를 제외하고는 묘사를 하기에도 너무 끔찍해서 생략해야 할 부상을 입었고, 오른 팔에서는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10년 넘게 연락도 하지 않고 소식조차도 모르는 동창들이 나를 병원으로 데려갔고 나는 의사를 보고는 밝게 웃으며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부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오른 다리와 왼 팔의 부상은 특별히 끔찍했는데, 나는 그와 유사한 부상에 대해 떠오르는 것이 하나도 없다. 오른 팔은 확신한다. 며칠 전에 나는 할린을 읽었고 거기에는 포이즌 아이비가 나왔다. 아마 나머지 부상들도 어떤 매체에서 본 무언가가 아닐까.

왜 가까운 사람 대신 10년도 지난 동창들이 나온 것인지도 알 수 있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내 건강에 대해서 나보다도 훨씬 걱정이 많은데, 그 이유는 그들은 내가 건강에 소홀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내 나름의 기준이 있는데 자연적으로 나을 수 없는 증상을 하나 갖고 있다 보니, 반대로 자연적으로 나을 수 있는 증상들에 대해서는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팔 다리를 심각하게 다쳐서 옷깃이 스칠 때마다 온 몸을 부르르 떨어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을 때도 나는 병원을 찾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나는 그래서 꿈 속에서 가까운 사람들의 부축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동창 개개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고, 가깝지 않은 사람 중 떠오르는 얼굴을 무작위적으로 생성했을 것이다. 나의 증상에 대해 모르기에 너무 큰 걱정을 하지 않거나, 걱정을 하더라도 나에게 큰 느낌을 주지 않을 사람.

마지막으로 의사를 향한 밝은 미소의 이유다. 나는 닥터 마틴과 뉴 암스테르담을 재밌게 보았고, 그로 인한 의학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가 표현된 게 아닐까? 마침 최근 알러지 문제로 찾았던 피부과 의사도 매우 친절하기도 했다.

아니면, 아무리 괴로워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길 바라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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