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를 마시는 이유

in #kr2 months ago (edited)

중국인 남편과 2년동안 떨어져 (떨어지니 안 싸워서 좋다..) 남편은 홍콩에, 나와 아이들은 한국에 있다.

날이 추워지니 남편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니라(ㅋㅋ) 홍콩에서 즐겨 먹었던 따뜻한 밀크티 생각이 났다.

따뜻한 밀크티를 먹는데 나는 밀크티를 먹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시절의 맛을 음미하는 것이었다.

둘째를 임신하고서도 포기하지 못했던 따뜻한 밀크티의 맛, 임신 중 글 쓰며 마시던 커피잔에 담겨있던 쌉쌀달콤했던 그 맛. 뱃속에 있던 나의 아기. 그 아기와 함께 곱씹어보던 나의 과거들. 그리고 글들. 나만의 여유시간.

나는 오늘 그것을 다시 소환하기 위해 밀크티를 찾았던 것이다.

나는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뱃속에서 요동을 치던 아기는 이제 5살이 되었고, 나는 이제 설레어 하며 글을 쓰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추억을 소환하기 위해 이것저것을 동원해본다.

그리고 지금 현재도 언젠가는 소환하고 싶은 추억이 되도록 내가 일상에 조금은 맛있는 양념을 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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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추억도 소환하면 슬퍼지는 때가 많아서...

현재도 언젠가는 소환하고 싶은 추억이 되도록 내가 일상에 조금은 맛있는 양념을 쳐야겠다는 생각

이게 최선이지 싶습니다.

최선이라는 말씀이 와닿으면서 왠지 마음이 아련해지는건 무슨 이유인지..ㅎㅎ

행복했던 추억도 소환하면 슬퍼지는 이유는 뭘까요??

다시 그 행복의 순간이 오지 못한다는 안타까움 때문일까요?

M님 말씀처럼 다시 오지 않을 안타까움일 수도 있고...

저는 그 추억 속 '부재'하고 있는 것 - 주로 사람이겠죠 - 에 대한 그리움이 슬픔이 되어 행복을 가려버리는 경우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가끔은 행복했던 때를 생각하며 웃을 수 있지만, '이제는 보고 싶어진 사람'이 그 안에 존재한다면 그 웃음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그때 행복했다'며 추억 소환하는 것은 단지 자기 위로가 아닐지.^^;;;

결론적으로 아무리 행복했던 과거라도 그걸 곱씹으며 현재를 살기보다는 흘려보내고 상대적으로 덜 행복한 현재일지라도 이 현재가 누리고 있는 기쁨에 집중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 더 좋겠죠?

그러면 정말 좋은데... 기억이란 놈이 소환한다고 오고, 막아 놓는다고 안 오는 놈이 아니라서..ㅎㅎㅎ

정말 불현듯, 갑자기, 이유없이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좋기도, 나쁘기도 해요.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처럼 지우고 싶은 기억만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 지우고싶은 기억이 없어요.. 물론 행복하지 않았던 불행했던 기억은 많지만 그게 없어져버리면 지금 제가 아니라 딴 사람이 될거 같아서요.. 그냥 갖고 가야 할거 같아요.. 그리고 어쩌면 나름 불행했다고 생각했지만 지우고 싶을 정도로 엄청 불행하지는 않았었는지도요.. 행복했던(??)사람이었나... 분명 아니었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메가스포님~^^

오늘처럼 추운 겨울엔 생각나는 밀크티!
메가님이 그리워하는 홍콩 밀크티의 맛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