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웃고 있는 지저분한 임신 사진

in #kr2 months ago (edited)

둘째를 임신했던 시절 한창 글쓰기에 푹 빠져있던 시절이라 임신기간 내내 행복했었다.

두돌이었던 귀여운 딸이 배가 불뚝 나온 엄마를 찍어주었고 그 사진 속 나는 세상 행복하게 환하게 웃고 손가락은 V자를 그리고 있었다.

그 사진을 SNS에 올렸고 (아마 제목은 '예빈이(첫째 이름)가 찍어준 사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포스팅에 첫댓글이 달려 즐거운 마음으로 봤는데 그 댓글이란 두둥~

"너무 지저분하네~"

헐... 사진 속 웃고 있는 배불뚝이 나의 뒤에는 두루마리 휴지 한개가 굴러다니고 장난감인지 옷가지 몇개가 있었을 뿐인데 (내가 보기엔 아이 있는 집 치고는 전혀 지저분한 모습 아님)

환하게 웃고 있는, 게다가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게다가 동생을 뱃속에 품고 있는 엄마를 예쁘게 찍어준 두돌 아이의 정성이 깃든 사진을 보고 유일하게 남기고 싶은 첫댓글이 "지저분하다"라고라?!?!?!

그 댓글을 남긴 친구는 나의 학교 동생이었고 우리는 같이 등산도 하고 공연과 강연도 보러 다니던 꽤 괜찮은 관계였기에 더 그 댓글이 의아했다.

계속 그 댓글이 가슴에 (울분으로) 남길래 그냥 못본 척 넘길까 한마디 임팩트 있는 말을 그 친구 가슴 속에 남겨줘야 되나 싶어 결국 남겼다.

"너가 와서 청소 좀 해줘 봐라~"(그 친구랑 똑같은 쿨한 척 무심한 물결 하나)

이 대댓글을 남긴 후 요동치던 내 마음은 평안을 되찾았고 그 친구는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댓글을 남기지 않았다.

훗날 그 친구는 외국인과 결혼해서 현재 행복하게 살고 있고 행복해진 지금은 내 SNS에 나의 행복에 태클 거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때 친구는 힘든 일이 있었을까?

그때 친구가 남친이 없어서 외로운 상태였는지 남친과 헤어져서 슬픈 상태였는지 모르겠다. (쓰고 보니 우리는 같이 있을 땐 꽤 괜찮은 관계였지만 떨어지고 나서는 서로 안부도 자주 묻지 않는 소원한 관계였다)

확실한 것은 그때 그 친구가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

사람은 본인의 마음을 담아 다른 사람의 상황을 본다. 어떤 특정한 상황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남는 것은 그게 나의 마음의 어떤 것을 크게 자극했기 때문이다.

나의 내면과 동떨어진 객관적인 상황이란 있을 수 없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사람을 판단하는 것에 주의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왠지 모르게 거슬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아기 유치원 등원길에 같이 등원버스를 기다리는(서로 다른 유치원) 어떤 내가 알지 못하는 아기엄마들이 그렇게 거슬렸댔다. 그 사람들의 눈빛과 외모가 걸렸다. 나를 공격할 것 '같은', 나를 경계하고 나를 못마땅해 하는 것 '같은' 사람들로 '느껴졌다'

그것이 진실인지(그 사람들이 실제로 나를 못마땅해했는지)아님 그저 나의 상상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그건(객관적 사실) 사실 그닥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순간 세상을 적대적인 것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꽃이 예쁜 것은 당신 안에 꽃이 있기 때문이라는 꽃보다 예쁜 법정 스님의 말씀이 있다.

너무도 예쁜 말이다.

나는 아이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나에게 아무런 해를 끼친 적이 없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 안의 무언가가 끊임없이 자극되었다.

나의 묵은 상처들(사랑받고 관심 받지 못하고 공격 받았던), 나의 오래된 바람들(진실로 사랑 받고 싶은)이 그 순간 내 내면을 강하게 자극시켜 그 나랑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거슬렸던 것이다.

왜 사람들을 보면 웃으라고 하고 인사하라고 아이에게 교육시키는가.

웃음과 인사가 대부분의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기 때문이다.(간혹 너무 웃는 사람이 거슬릴 때도 있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이미 세상을 '내 기준으로' 바라보는 색안경을 껴버렸다.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내가 최대한 내 색안경으로 그를 판단하지 않고 그를 그대로 볼 수 있기 바라는 (설령 그게 잘 되지 않더라도) 예쁜 마음에서 나온다.

예쁜 마음을 가지면 내 마음이 행복해진다.

우리가 모두 행복해지려면 내 안의 꽃이 시들지 않게 늘 물을 주고, 너의 꽃을 내가 알아봐주어야 한다.

Sort:  

친할수록 배려하고 매너있는 언행으로 대해야할 거 같아요
아마 친구분도 후회하셨을 거 같아요
두 분의 관계가 전처럼 좋아지기를 바랍니다~^^

그 친구와의 관계는 다시 좋아졌어요~~^^
친구가 얼마 전 임신해서 아마 제 심정을 곧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