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러시아어 이야기

in #krlast month

러시아어 관련해서는 꽤 여러번 글을 쓴것 같다.

뭐 여튼간에

대학교때 러시아어 공부를 참 많이했다.

대외활동도 많이 했는데

러시아어 공부도 참 많이 했다.

얼마나 많이 했냐면

모스크바에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주 2~3회씩 러시아어 학원을 갔다.

러시아권에서 우리 학교로 유학온 학생들의 도우미를 자청했고

내 친구들과도 꾸준히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회화 실력도 늘려갔다.

러시아관련 여러 대외활동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4학년 졸업반 시절, 러시아 현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조건이자 러시아어 전공학과의 졸업 요건에 해당하는 토르플 1단계를 취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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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입사한 이후에 나의 러시아어 실력은 수직으로 하강 중 이다.

러시아어를 공부할 환경이 안될 뿐더러 해야하는 이유와 목적을 잃어버렸다고 할까?

병원에서는 정말 한국말 말고 다른 언어를 쓸 상황이 정말 희박하고 또 쓰더라도 응급실에서 급하게 진료를 봐야 하는 환자들에게 어줍잖은 실력으로 말걸어봤자 좋을게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나의 몇 년간의 노력은 조금씩, 서서히 옅어지고 있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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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과호흡을 하는 러시아 국적의 환자가 내원했다.

내원했을때 부터 너무 힘든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과호흡을 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자 정상호흡을 하고 있었다.

조금 안정이 되었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에게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즈드랍스드부이제.(안녕하세요)

정말 수천 수만번도 더 연습했던 단어이다.

다른 단어보다 인사말의 발음이 정말 중요하다고 내 러시아어 선생님은 항상 강조하셨기 때문에 정말로 정말로 셀 수 없이 연습했던 그 단어이다.

그러자 환자는 정말 놀란 표정으로, 너 러시아어 할줄알아? 라고 말을 했고 간단한 몇마디를 주고 받았을때 환자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걸 볼 수 있었다.

먼 이국땅에서,

그것도 응급진료를 보러간 병원에서

담당 간호사가 자국말을 할줄 알 확률은 얼마나 될까?

세상에는 참 마법같은 일들이 많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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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써먹지도 못할걸 왜 공부했는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몇년간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 환자의 따뜻한 미소는 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거면 됐다. 그거 하나로 충분하다.

그 환자가 치료와 더불어 먼 이국땅에서 홀로 있는 외로움에 대한 위로를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온 한국말에 행복한 미소를 보이던, 5년전의 내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