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주고받음.

in #kr2 months ago (edited)

“그와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는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알려 주지 않았다.”

이 문장을 쓰다 보니 문득 내가 수동적이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되지 않는다’라고 썼고, ‘알려 주지 않았다’라고 썼다.

‘되었다’가 아니고 ‘알려 주었다’가 아니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그가 나에게 그의 생각을 알려 주기를 바라고 기다리고 있었다.

실은 그건 그와 소통을 바란 것이 아니라 그의 보고를 바란 것이었다. 나는 애당초 그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는 벌써 나보다 먼저, 나와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이미 나와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지도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는 나와 소통할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되지 않는다’, 알려 주지 않았다’, 그리고 ‘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모두 수동적인, 객체적인 문장이다. 소통이 ‘되지 못한’ 책임을 그에게 떠넘기는 문장이다.

결국 내가 ‘소통이 되지 않았다’라고 생각했다는 것은 불통의 원인이 나에게 있었다는 것을 뜻했다. 나는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불통의 책임을 그에게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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