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
놀며배우며
20201125
1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에도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유독 성산포에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 필거야
아침 여섯시 태양은 수 만 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이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성산포에서는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한다.
그러다가도 해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내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든 파도에 귀를 찢기고
그래도 할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긴 적은 없었다
모두 막혀 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을 감으면 보일거다 떠나간 사람이 와있는 것처럼 보일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거다
2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나를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 버린다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 산이 밤이 싫어 산짐승 불러오듯
젊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리를 차내버린다
사슴이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밤을 피해가듯
넓은 바다도 물속으로 물속으로 밤을 피해간다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가운데 풍덩 생명을 빠뜨릴 순 있어도
한 모금 물을 건질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닮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산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도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손을 놓지 않아 서로 떨어질 수 없다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살아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워할 것도 없이 돌아선다
사슴이여 살아있는 사슴이여
저기 저 파도는 사슴 같은데 산을 떠나 매 맞는 것
저기 저 파도는 꽃 같은데 꽃밭을 떠나 시드는 것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살아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움도 없이 말하지 않지만
이생진님의 《성산포에서》
다 적어 보고 싶지만 너무 길~다...
성산 일출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가
시리도록 파란 이유는 시인 때문인가보다.
아니 바다 때문에 시인이 된거야...
우뭇개 해안
성산 일출봉의 북동쪽 면의 모습.
일반적으로 사진에서 보는 모습은 아니다.
섬갯쑥부쟁이....
바닷가에서 보는 제주의 꽃들은 땅바닥에 바짝 붙어 있다.
먼 잔디밭에 보랏빛 물결이 보이면 섬갯쑥부쟁이가 틀림없다.
이제 우도로 가야 할 시간...
성산포에서 보는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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