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썰미 좋은 사람의 집중력에 대하여

in #stimcity9 months ago (edited)


피아노, 일랑일랑, 고래. 모두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


나는 잠깐 마주친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고 닮은꼴도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길눈도 제법 밝은 편이다. 친구 따라 딱 한 번 가 봤던 식당이나 스치듯 지나쳤던 가게도 집중하면 지도 없이 그럭저럭 잘 찾아간다. 방향감각이나 공간지각능력 같은 건 아니고 그냥 사진을 찍듯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빠르게 스캔하고 저장하는 능력이 좀 있는 것 같다. 눈썰미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자부심이 좀 있어서 눈썰미를 발휘할 때마다 인정해 달라고 친구들을 들들 볶기도 하는데 이 눈썰미라는 게 갖고 있으면 대체로 좋은 능력이지만, 가끔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눈썰미가 좋고 눈치까지 빠르면 상황을 파악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남들보다 짧아져서 빨리 정답을 외쳐야 할 필요가 없는 이상 부득이 모르는 체 하고 다른 이들이 이를 알아차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능청이 는다. 어쩔 때는 이것이 일종의 위선 같아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요즘엔 더 자주 그렇게 한다. 나를 위해서 그러는 편이 좋을 때가 대체로 많다. 능청을 떠는 것에는 감정 소모가 좀 필요하지만, 큰 집중력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중력을 총량과 강도로 헤아릴 수 있다면 내 집중력은 총량이 현저하게 적고 세기는 평균 수준이다. 효율이 떨어진다. 그러니 어디 한 군데 올인하지 말고 잘 나누어 써야 한다. 몰아서 써버리면 다른 일에 쓸 집중력이 남아나질 않고, 반드시 무언가를 놓치고 만다. 그러다 종종 다치기도 한다. 제대로 몸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집중력도 부족해져서 덜그럭거리게 된다. 그럼 또 짧고 강한 자괴감에 시달리게 되므로 되도록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생과일주스 타이쿤 게임이랑 비슷하달까. 매직아이 하는 것처럼 시야를 넓히고 가능한 한 많은 요소에 조금씩의 집중을 나누어서 해야 와플도 안 태우고, 주스도 제대로 따르고, 서빙도 제때 할 수 있는 것이다. 멀티플레이어잖아...? 쓰고 나니 진정한 의미의 집중력이란 사실 이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 자신에게 설득당해 버림...?

그래서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스타벅스 프리퀀시 교환 마감이 어제였고 다 모은 걸 음료 쿠폰으로 교환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결국 놓쳤다는 것이다. 한곳에 집중력을 몰아서 써버리는 바람에 말이다.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집중력의 문제다. 밤 11시에 버스에서 내려서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아직 불이 켜져 있는 우리 동네 스타벅스에 가서 마감 후 카운터를 정리하고 있는 직원에게 잠깐 호소해 보았지만, 당연히 가능할 리 없었고, 역시나 짧고 강한 자괴감에 시달려야 했다.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분풀이를 할 겸 소리 내어 스타벅스 욕도 하고 발도 구르고 했을 텐데 혼자여서 아무것도 못 했다. 그냥 어깨를 늘어뜨리며 가벼운 한숨 한 차례 정도... 그래도 다행인 일은 <배낭영성> 배송을 위해 주문한 택배 상자가 도착했는데 집에 와서 풀어 보니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눈썰미는 총동원하고 집중력은 효율적으로 안배하며 배송에 필요한 물품들을 하나둘 사들이고 있다. 다 마음에 들어서 택배 풀어 볼 때마다 신이 났다. 그러고 보니 하고 싶은 말은 스타벅스 이야기가 아니라 눈썰미 자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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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스팀시티의 건아이니 다음 유튜브 영상 스팀잇에 올릴 땐 스팀시티 태그를 달고 올리기로 1개월 전에 결심했습니다. 근데 영상을 안만들엇습니다. 이만 총총

구독자입니다. 알림 설정은 안 했지만, 언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만 총총.

근성이다?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읽고 나면 또 읽고 싶어지는 글 기다려요 동글님^^

글을 쓸 때마다 기다리고 있는 보얀님을 생각하며 쓰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