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응모 작품- 나, 오늘 이런 사람 만났다.

in #zzanlast mo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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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이런 사람 만났다./ cjsdns

태풍 끝자락이 여기저기서 날릴만한 것들을 요란까지 떨어가며 깃발 펄럭이듯 날린다. 하늘에는 흰구름 몇 개 두둥실 띄워놓고 복슬강아지 귀엽다고 이리 와 이리 와하며 누가 더 잘 달리 나 내기를 시키는 거 같은 그런 날이다.

밝게 빛나는 햇볕이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과 함께 드나드는데 얼마 만에 보는 건지 여느 때나 다름없는 그런 날들 중에 하루인데 태풍이 지난 자리라 그런지 오늘은 전혀 다른 날로 느껴지는 날이다. 더군다나 방금 받은 전화 목소리가 아직도 여운으로 남아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늘 한번 더 쳐다본다. 분명 내가 뭔가에 홀린 것은 아닐 텐데 생각하며 말이다.

아니, 말을 해도 어쩌면 그렇게 잘하는가 난 말 잘하는 사람 여럿 봤지만 오늘처럼 그렇게 말을 잘하는 사람은 처음 본 듯하며 오죽하면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나 100퍼센트 넘어갈 거 같으니 오늘은 여기서 그만 끊자고 해서 통화를 끝냈다.

어제 오후인가 스마트 폰을 굴리다가 뻔한 이야기지만 1등 번호를 공짜로 준다는 말에 또 한 번 넘어갔다. 뻔히 아는 이야기지만 그렇게 일등이 잘 나오고 당첨 확률이 높으면 자기들이 광고할 돈으로 로또 구매를 하지 굳이 돈 들여가면서 마케팅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뻔히 알면서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 하는 게 사람 살아가는 일이지 생각하며 한편으로는 그래 어차피 자동으로 하느니 번호를 받는 게 인연이 될지도 몰라하는 작은 기대감이 꿈틀댄다. 막상 로또 가게에 가서 번호를 찍어보면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안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열심히 가족 생일이나 전화번호 등 주변에서 눈에 쉽게 보이는 번호는 다 들고 용을 써봐도 되기는 뭐가 되는가, 그것도 팔자에 있어야 되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주말이 되면 왠지 허전함 같은 끌림으로 로또방을 들어서곤 한다.

물론 로또를 사러 갈 때나 사 가지고 오면서는 일등이라도 된 듯 다음 월요일 일찍 농협 본점으로 가서 돈을 찾아 쓸 자리부터 마련하는데 아직 돈을 찾으러 가보지도 못했고 미리 마련해놓은 자리에 당첨금을 가지고 한 번도 써 번 적이 없으니 오늘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말을 잘하는 그 매니저와 인연이 되면 앞으로 그런 자리에 돈을 써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가당치 않은 이야기다 싶으면 말이 좀 아니다 싶으면 잠깐만요, 해가며 말을 끊고 내 이야기도 하는데 말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은커녕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알사탕처럼 달콤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굳이 표현을 한다면 초봄에 두릅나물 따다가 데쳐 놓은 것 같은 맛과 향 신선함이 다 들어있는 것 같다. 청산유수처럼 말씀 잘하시네요 이리 말을 하면 그것마저도 결례가 될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달변이구나 하는 생각보다 상대의 대한 배려가 들어있는 화법 뭐 그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또를 사기 시작한 것은 로또가 세상에 나온 그때부터이니 상당히 오래되었으며 당첨이 되겠지 하는 생각보다는 나 나름의 생각이 있어서였다. 이름하여 개똥철학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 그것은 아주 거창한 생각에서 시작이 되었다. 그 거창함은 이런 거였다.

단돈 만원을 가지고 누군가 부자를 만들어 주는데 보태는 일이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끼 아니 외국 아이들 돕는 것은 일만 원으로 한 달 식사도 된다지만 냉정히 말해서 누군가 부자를 만들어 주기 위한 돈으로 만원은 너무나 별 볼 일 없는 돈이다. 그러나 도또를 구매를 하면 누군가 부자가 되는데 몇 백 원 몇십 원 아니 몇 원이라도 보태는 것은 사실인 것이다.

매주 몇 명이 아주 큰 부자는 아니라도 서민 입장에서 보면 부자로 인식되기에 충분한 돈이고 살만해지는 그런 돈인 것이 분명하고 그런 부자를 만드는데 기여를 하는 것이 분명하기에 매주 복권을 샀으며 위에서 말한 어찌 보면 엉뚱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당시에는 사기는 해도 맞았는가 확인은 거의 안 하는 상태였고 어쩌다 생각이 나서 맞추다 보면 당첨이 되었다 해도 무효가 될 만큼 긴 시간 처박아 두기 일수였다. 사실 그게 되겠어하는 생각이 당첨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를 않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의 기도 같은 주문이 바뀌어가고 있었다. 누군가 부자가 되는데 보탬이 되고 선한 부자가 되어서 행복을 가져다주는 부자가 되도록 해주세요, 하는 주문이 이왕이면 나도 일등 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도 당첨의 기쁨을 안겨 주시기 바랍니다. 하는 나를 발견하곤 씁쓰레하게 웃으며 나도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 부자를 만들어주는 소원은 분명 매주 이루어졌는데 나를 위한 주문은 단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으니 이제라도 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며 혹시 오늘 전혀 생각지 못한 인연으로 다가온 그 매니저가 행운의 여신을 데리고 오는 것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 어쩜 말을 저리 잘하지 저 사람 말을 듣고 하면 될지도 몰라, 어차피 사는 거라면 그의 말대로 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 생각이 들며 마음 한구석은 이미 한발 한발 그가 이야기하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한참을 따라가다 보니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터링된 번호가 좋다는 그의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묘하게도 그의 말을 듣고 있으려니 알듯 말듯한 감정으로 콩당되던 나의 열대여섯 살 수줍음이 잠에서 깨어난 듯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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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를 돈을 넣자 마자 1빠로 바로 1등으로 건네준다는~^^

우리 스티미는 존버 로또가 되길~!

항상 행복한 💙 오늘 보내셔용~^^
2020 스팀 ♨ 이제 좀 가쥐~! 힘차게~! 쭈욱~!

스팀이 로또에 비견되겠습니까.
스팀으로 나의 노후대책은 물론 누군가의 성공까지 돕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로또 단상이네요. ㅎㅎ
어떻게 하면 말을 초봄 두릅처럼 상큼하게 할 수 있죠?
재미있게 읽었어요.

도잠님의 글의 자극을 받아서 열심히 써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말을 어쩜 그렇게 잘 하는지...

늘 행복하세요.

참, 8월에 대상 수상을 축하 드립니다.

글 좋아요. 천운님 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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